예술에 대한 철학자들의 시선
by 최다함(최따미)
예술이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된 지는 18세기부터다. 그 이전까지 예술은 우리가 말하는 기술이라는 것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예술가는 장인과 동일시되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회화는 정신적인 것'이라 말함으로써 기계적으로 인식되던 예술의 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예술철학>은 서양 철학자 12인의 예술에 대한 사상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 디드로, 버크, 칸트, 헤겔, 니체, 베르그송, 알랭, 메를로-퐁티, 들뢰즈의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한 관점을 모아놓은 이 책은 예술철학의 입문서다. 회화와 조각, 영화와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매체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 12인의 철학자들에 대한 정보와 그들의 저작들, 그리고 그 저작들에서 끌어낸 예술에 대한 성찰들이 일목요연하게 분석·정리돼 있다.
<예술철학>의 장점은 회화에 편향돼 있는 예술철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 매체들을 다뤘다는 것이며, 또한 한 가지의 관점이나 주장이 아닌 예술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각기 다른 성찰들을 모아놓음으로써 독자들에게 폭넓은 예술에 대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나아가 독자들은 개인의 성찰과 일치하는 철학자들의 성찰을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가 가능하며, 예술에 대한 사유를 좀 더 깊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념해야 할 점은, 책의 공동저자들이 입을 모았던 것처럼 철학자들의 예술에 대한 성찰과 저자들의 해석이 정답은 아니며(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사상에서 많은 차이점이 발견되듯) 독자들이 꼭 그 '의견'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책을 접할 때 우리들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소개된 철학자들은 생각할 거리들을 주는 인물들이다. 그렇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들에게 생각거리들, 즉 지적 호기심의 욕망을 던져준다는 것에 있다.
이 책의 타깃을 예술·철학 전공자들에 국한하고 싶지 않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 전반이 이미 우리의 생활권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금,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 모두에게 <예술철학>을 입문서로 권하고 싶다. 더불어, 예술에 조예가 깊은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들은 한 권의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를 접하다 보면 (감히 예상하건대) 여태껏 굳게 믿어왔던 개인의 예술철학이 동요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철학의 만남에서 생경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입관을 갖고 있던 독자들에게 <예술철학>은 '이색적인 흥미'를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예술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아름다움(美), 본질과 현상, 지각과 경험 등 다양한 개념정리에서부터 시인, 화가, 조각가, 음악가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창조물에 대한 철학자들의 시선을 담은 <예술철학>은 예술 '특강'에 다름 아니다.
간결하고 풍부한 내용으로 철학에 대한 확신을 품어준 저자들
작가소개
시릴 모라나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 입시학년 및 프레파의 철학 교수다. 프레파는 바칼로레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 중에서도 2년 동안 최상위 학생들만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의 입시준비반이다. 프랑스 고등교육에 힘쓰는 동시에 활발한 저술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진리를 찾아서, 말브랑슈>, <고전 철학의 50장면>, <17세기, 18세기 철학의 50장면>, <정의>(공저), <상상력의 힘>(공저) 등을 썼다.
에릭 우댕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 입시학년 및 프레파의 철학 교수다. 프레파는 바칼로레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 중에서도 2년 동안 최상위 학생들만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의 입시준비반이다. 프랑스 고등교육에 힘쓰는 동시에 활발한 저술 활동도 펼치고 있다. <예술철학> 외에도 공저로 <고전 철학 발견하기>, <자아의 수수께끼> 등이 있으며, <행복>, <자유>, <현대철학 발견하기>, <복음과 함께 철학하기> 등을 집필했다.
예술에는 신비함이 있다.
책속 밑줄 긋기
미의 탐구를 아름다운 사물들에 대한 고려부터 시작한다면 실패에 이른다. 히피아스가 결코 미 자체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분명 그가 젊은 처녀의 몸이나 빛나는 금과 같은 아름다움에 너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40쪽)
예술가는 그가 모방하는 것에서 본질적인 것을 끌어내고, 형상은 자연에서는 결합되어 있던 질료를 넘어 분명하게 나타나야 한다. 즉 예술은 실재를 형상화하고 보이게 한다. 실재를 재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실재를 제시하여 알린다.(64쪽)
훌륭한 번역가는 그 작품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거기에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예술가의 작업은 정확히 말해 단순한 재생산이 아닌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가의 역설은 그가 재현하는 자연에 대하여 자율성을 기르면서 동시에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 디드로, '회화에 대한 초연한 생각들'(94쪽)
헤겔의 미학은 여러 면에서 칸트의 판단력비판에 대한 응답이다. 칸트는 자연미가 예술미보다 우월함을 단언하는 데 반해, 헤겔은 자연미가 존재하지만 미는 엄밀히 말해 예술적인 것이라 한다. 헤겔이 보기에 칸트가 예술미를 과소평가한 것은 미의 본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든 미는 분명히 정신의 산물이라는 사실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150쪽)
그러므로 예술가의 상상력은 이미지를 재생산하거나 대상을 재구성하는 데 있지 않고, 이러한 "실재의 상상적 질감"을 밝히는 데 있다. 세계는 주체의 내면에도 있으며 예술가가 바로 이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예술을 더 이상 모방의 종목처럼, 주체에 의한 외부 대상의 재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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